아무리 아들이라도...
몸통만 빨고 놓았던 게다리를 내가 다시 먹기엔 거북하다
그 오동통한 살집이 내포되어 있다 할 지라도.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못해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데 준이는 과감히 그 통통한 게다리를 가차없이 휴지통에 촤르르 내려붓는다.
으으~~입술 안대고 게젓가락으로 파먹어도 되는데~ㅉ
22 명 모집, 2천310 명 지원 105 :1
32명 모집, 896명 지원
11명 모집, 580명 지원
저 놈은 나의 성향을 너무 잘알지.
제가 지원한 다섯개 학교 중 한 곳 말고는 영 시원찮아 퉁퉁거리며 어쩔 수 없이 따라다녔던 면접에 나머지 학교는 알아서 가라고 했다.
뚱한 에미눈치 속에 기차표며 도착지며 시간표며 알아보더니 결국,
"엄마 왜 마음에 안들어?"
---아니...미리 미리 알아서 체크해 놓질 않고 엄마에게 계속 물어보고 그래...
참. 내가 들어도 유치짬뽕하고 궁색한 답변이다. 할 수 없이 존심 상하지만 실토,
---알았어 미안해...학교가 맘에 안들어서 그런가봐...
그말에 아무 대꾸없이 '안녕히 주무세요' 하며 들어가 버린다ㅠㅠ
아이는 자신의 미래를 낡은 옷이라도 입고 날고 싶다는데 에미는 삐까번쩍한 날개가 달린 옷을 입고 날아야만 된다고 성화다.
정말 한심한 것이 몇 해 전 헬렌언니에게 다녀와서는,
'니가 용접공이라도 너의 목표만 뚜렷하다면 에미는 무엇하나 개의치 않는다' 라고 한것이 얼마나 부끄럽고 쪽팔리던지..
으으으~~
난 그야말로 조선의 에미이다.
준아
에미는 면접대상인 저 학교들을 둘러보며 제일 먼저 걱정이 앞섰던건 네가 실패를 맛볼 수 있다는데에 있었다.
경쟁률이 장난이 아닌것도 그렇지만 하나같이 잘난 아이들에 너무나 열심이었던 모습에서 두려웠지.
엄마의 두려움과는 달리 의외로 면접을 보고 나온 너의 씩씩한 모습에 안도하였지만 그래, 좌절의 경험도 성공을 위한 교훈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그러한 사람만이 진정한 승산을 바라볼 수 있단다.
엄마가 두려워한 이유는 너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이었겠지.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고 핑계거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것은 비겁한 행동인데, 그렇게 엄마는 못났구나...
혹시라도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가정을 먼저 하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힘이 들겠지.
"우리는 길을 찾거나 아니면 길을 만들게 될 것이다."
누가 한 말인지 당장 떠오르지 않지만 우리의 인생은 개척하기 나름이야.
인생은 끊임없는 열정과 자신감 없이는 걸어갈 수 없는 길이야.
확신을 가지고 달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단다.
네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제 찾았으니 자기의 강점, 잘하는 것에 열정을 투자하거라.
재능을 끄집어내는 것은 자신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중요한 일이란다.
지금도 생각난다. 네가 고1 가을쯤 이었을까
그 때 한창 형의 대학 문제로 우리 식구 골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옆에서 자극을 받았음인지 방과 후 집에 온 네가 설레며 엄마에게 얘기했었다.
"나에게 꿈이 있어요. 앞으로 그 목표를 향해 갈거야!"
모 항공대학에서 초빙 되어 온 교수의 강의를 듣고 너무나 들떠 설레면서 넌 줄창 그 얘기를 우리에게 '어쨌든 캐릭터 잡았으니 적응하라'는 무언의 암시를 주면서 일주일 내내 해대는걸 보며 에미는 잠시의 열정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그런 기우와는 달리 넌 그 꿈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하였지.
엄마는 젊은 시절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공을 꿈꾸었던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의 자서전을 읽고 무척 감명을 받았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초등학교 시절, 외교부장관이 학교를 방문해 강의를 했던 일 이후 외교관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더구나.
이렇듯 우리는 어떤 계기로 인해 누구처럼 되겠다고 결심하기도 한다.
멘토는 그 일을 해 줄 수 있는 스승이자 친구이며 상담자가 되어 준단다.
멘토를 두는 것은 우리 삶이 유연해질 수 있도록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야.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에서 좋은 점을 찾아 발전할 수 있고 삶의 비결을 배울 수도 있단다.
그래서 말인데,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시련을 견뎌냈다는 것 말고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같이 책을 즐겨 읽었다는 거야.
이제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오죽하면 네이버가 제2의 두뇌라고 하니.
물론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정보들이지. 그러나 그 정보들은 어떤일에 부딪혔을 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보다 더 근본적인 기초를 닦기에는 불완전 하지 않디?
기초를 닦는 데는 책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을 성공한 사람들은 전해주고 있다.
인생의 지혜를 이끌어내는 일. 이것이 독서의 커다란 목적이지.
어느 시대든 인간의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
수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경험과 지식들을 우리는 책을 통해 얻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올바르게 사물을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을 기를 수 있는것이란다.
사람의 성격은 타고 나지만 환경에 의해서도 형성이 되어 가기도 하는데 그 중에 독서는 특히 육체 정신적 성장의 시기에 있는 너희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단다.
아들아
이제 너는 어린 아이가 아니다.
너의 꿈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 폭넓게 공부하는 것, 그것이 바로 네가 해야 할 일이다.
꿈과 목표가 있는 사람들은 게으르지 않단다.
게으른 사람들은 꿈과 목표가 없기 때문에 인생에 대한 절박감이 없고 당연히 삶에 치열하지 못하는거지.
자신의 꿈을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느냐가 중요하다.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독서라는 것을 기억하렴.
그래서 생각의 뿌리가 있는 침착한 남자로 자라다오.
이렇게 네게 정리해 주면서 에미의 생각도 정립할 수 있어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