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갔다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는 않지만,
그러나 나무들은 굳어버린 땅속에서 수액을 빨아올리고 있는데.
아무데나 떨어져서 차갑게 얼어붙은 겨울을 보낸 풀씨들도 달라 보이는데...
봄빛은 어디서 오나 길목에 서 있었건만, 바로 우리 마음이더라.
봄꽃들이 바빠졌다.
꽃들도 수순이 있게 마련이라 산수유, 목련, 벚꽃, 진달래, 매화, 철쭉이 아닌가...
올해는 무에 그리 바쁜지 한꺼번에 들이닥쳐 군락을 이루며 벌써 벚꽃잎들은 팝콘처럼 날린다.
민이 웃긴다.
휴가 나오기 전 후임들 군기를 확실히 잡아 놓고 왔대서 들어보니, 후임들이 식사 준비를 하는데 쌀이 부족했나 봐. 직원들 밥도 삼 분의 일씩 배분하여 차리고 정작 자기네들 밥도 없어 전전긍긍하는 걸 추궁하니 출항 중이라 쌀을 구하지 못했다고, 준비성이 없었던 거지. 민이가 쌀독에 가서 확인하고 취사장을 뒤져 보니 밀가루가 있더래. 그걸 들고 나와 "수제비라도 끓여야지!!!" 라며 내동이쳤더니 후임들이 할 줄을 모른다고 변명을 하더라나. 이에 뿔이 난 민이가 기강을 잡는답시고 다해 논 설겆이 그릇에 다시 세제를 죄 풀었다는군.헐~~소심한 기강 강화?
---너, 너무 못됐어~
"그건 약과야. 내가 또 당근과 채찍은 고루 주지ㅋ"
낙관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는 나의 봄날은 엉망이었지만 나에겐 싸울 때 느끼는 활기와 게다가 지금은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느낌까지 주고 있어, 정말 <달걀 춤을 추는 심정으로> 라는, 내가 꼭 그런 기분이야.
서 있질 못하고 항상 쓰러진다는 의미의 달걀춤을 추는 빙판을 상상해 보아.
오늘 날씨는 굉장해. 도저히 집에 그냥 있기를 거부하며, 매우 청명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는, 추억으로 꽉 차 있는 날씨야. 이러한 날씨는 생활을 변화시키지. 나는 불그스레한 갈색빛을 받으며 움직여 보는,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 휴가 나온 미니를 데리고 짧은 거리를 일주했어.
민이는 벚꽃<만>을 원했지만 에미는 경주에 갔으니 고선사 탑<이라도> 봐줘야 된다는 ㅡ;
위용이 대단하지?
완득이 영화에 이삭 줍는 여인들에 대한 이런 소감이 있어. "뭘 꼴아봐?"
그 이삭 줍는 한 여인--;;
서글픔을 참으며 되뇌이곤 해.
희망을 잃지 않기다. 무엇이든 계획하고 그것을 힘써 온몸으로 받아내며 살아가기다.
조금 쓸쓸하면 어떠랴. 조금 슬프면 어떠랴.
나의 성향은 밝고 나의 피는 화려하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