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6.23
새벽세시.
자동으로 뜬눈을 비비고 아슬아슬하게 끝난 축구 경기에 다소 진정시킨 마음으로
어제 불안하게 세워놓았던 차로 가니 띠용~~~~~
제 차가 없습니다.
이기 무슨일이랍니까...
타지에서 별일을 다 당합니다.
설마 했더니... 맞습니다. 견인돼 뿌맀습니다.크흐~~
택시를 기다리며 땡볕에 몇십분을 서있었더니 생활품점 쥔아저씨 난감하게 서 있는 절 보다못해
콜밴을 불러 주십니다. 이 지역은 택시가 잘 안온다 합니다.
호남형 아저씨 인정도 많습니다.
견인된 장소로 가니 제차가 울며 얌전히 주인을 째려 봅니다.
에휴~미안타, 미안혀....부과금 물고 담당아저씨께 곱구로 인사 건넵니다.
내 주위에 다른차는 고스란히 있는데 왜 제차만 가져갔냐고 원망도 안합니다.
왜냐...보도위에 있었기 땀시ㅎㅎ
---수고하십니다. 계속 수고 하십니다.
생뚱한 인사말에 아저씨 차 찾으러 오는 이들의 불편함에 마이 익숙한 듯 암소리 안하십니다.
아침 일진에 불안한 하루가 예상 되었지만 액땜으로 무시하며 다시 출발합니다.
이제 '법주사'라고 나비에게 조신히 찍어 줍니다.
움직이는 장소에서 대략 두세시간 걸리는 거리입니다.
전날 비우고 채웠던 마음을 되집어 보며 많은 생각을 오락가락 하는 사이
나비가 암소리 안한다는 걸 그제사 감지합니다.
타탁..두들겨 보다 탕탕! 쎄리 때립니다.
이기 더더욱 꼼짝 안합니다.
히유~시간은 오후 1시를 넘고 시장기가 돌아 천안휴게소에서 해물짬뽕을 묵었더랬습니다.
누가 그랬던가,
혼자먹는 국수는 먹지마라..외로워진다는 말이 생각이 났지만 개뿔..맛만 좋드만.
차에 돌아오니 온도가 사십도. 나비가 열사했읍니다.
두들기고 부르고 얼르도 뻗어있는 갸를 샤프심으로 아예 방전을 시키뿝니다.
다시 리셋을 하니 기절했던 넘(?)이 가혹한 주인의 횡포가 더이상 두려워 정신을 차려줍니다.
대전IC로 빠지라 합니다.
흐음..빠지가 다시 올라가란 소린데 잠시 갈등하다 작정합니다.
홀로 여행 뿌리뽑자 하는맴으로 서두릅니다.
약 구년전 혼자 떠났던 여행이 떠오릅니다.
그때도 복잡한 심경으로 아무 계획없이 제주도로 날랐던...차를 렌트해가 삼일을 돌았었는데,
여기서 성별의 불편함이 있습니다.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은 청승과 주위시선을 수반하는 불편이 따릅니다.
밥은 차안에서 해결이 되지만 한겨울 바바리 포스 미모(?)의 여성이 묵었던 모텔에서
숙박계를 상세히 적어라...한두시간 마다 걸려오는 내선에서 방이 따뜻하냐, 티브이 잘나오냐
뻔한 헛질문의 수시 체크로 황당하게 했던 친절이 생각나 피식 웃음도 나옵니다.
대전IC에서 다시 상행하며
우리나라 지도에서 남북이 거꾸로 돼있는 충청도는 멍청도인가 실없는 생각으로 달리는데
...아랫배가 슬슬 이상야릇한 신호가 옵니다.
이기 또 무신 요동인가 싶게 부글부글 끓더니 급기야 눈은 한곳을 찾게 됩니다.
한적한 고속도로는 휴게실도 보이질 않고 갈수록 배는 끓었다 잠잠하고 파도를 치다 조용하고
산고의 고통 저리가라 합니다.
안겪어본 이 모릅니다.
이마에 땀은 송글 맺히고 엑셀에 놓인 발에 힘은 가해지고 다리는 배배꼬이기 시작하고
궁디는 들썩거리기까지 합니다.
원인을 생각하니 그 해물짬뽕 입니다. 이런 날씨에 절대 해물은 아니다 했는데 잠시 방심했던 거입니다.
부디 천안휴게소 해물빰뽕은 드시지 말길 바랍니다.
아!~ 반가운 이정표가 보입니다.
그 와중에도 한컷 합니다.
이 몸은 낼 지구가 망해도 사과나무 심겠다는 스피노자 아찌처럼 할거 다 하는 놈입니다.
이거이 앞으로 닥쳐올 불행한 사태의 조짐을 모르고 마구 폰셔트 눌러댑니다.
차는 이제 지방도로로 들어서 산중으로 깊게 깊게 파고듭니다.
아~~좋읍니다 숲속의 바람, 오후의 빛, 향기, 계곡..풍경...
이들은 나의 뱃속 부글그림 조차 잠재웁니다.
생리적 본능에 정신까지 멍해진 것 같았는데 자연은 영혼의 치료사인가 봅니다.
겨우 해우소에서 시원하게 터널을 뚫고 나오니..ㅎㅎ풍광이 완전 눈에서 머리로 마음으로 가득 들어옵니다.
역시 명산은 명산입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문화재, 국보, 보물로 지정되는게 좋은 느낌이 같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보고 보아도 좋고 또봐도 감흥이 있기에 후세에 물려주고픈 우리의 유물들이
그시대의 역사물이 되는것이고 유적으로 남는가 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받는 혜택이리라 생각합니다.
숲은 그 사이 더 푸르러진 듯합니다.
얼마전 비가와서 초목이 무성해졌나 봅니다.
하늘위 변화무쌍하게 흘러가는 구름을 보노라니 내가 아주 시대의 한가운데 서 있는듯도 합니다
삶이 시간마다 매순간 변하지만 경망하지 않고 한계를 벗어난 그 자유의 경지는 초월적이라 여겨집니다.
사람 발길도 뜸한데 새들이 한가로이 날아갑니다.
나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심히 철학적이 돼 갑니다.
눈으로 새를 뒤쫓으며 뇌까리는데 청설모 한 마리가 고목위로 달려가고 있읍니다.
그런데 아, 그른데....
잠시 언급을 했던 불행의 사태가 벌어집니다.
갑자기 조용한 숲길에 삐릭삐릭 전자음 소리가 들립니다.
폰 밧데리가 다 되었다는 경보음이 울리는 소리입니다.
하이고~~씰데없는 길바닥에서 마구 눌러제낐던 오도방법 탓으로 정작 보물들을 놓치게 되었던 겁니다.
아무리 눈으로 마음으로 머리로 꼭꼭 눌러 담아도 돌이켜 다시 볼수 있는 흔적을 찾을수 없읍니다.
작금의 사태가 불행함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주차장 가서 다시 충전시켜 오는시간을 가늠하니 두시간 정도 소요 됩니다.
그럼 이미 어둑해져 집으로 갈길이 막막합니다.
체념을 하고 법주사 입구에 들어서니
아!!~~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미륵불과 팔상전.그외 수많은 유물들....
저 경이로움을 눈으로만 봐야 하다니..어쩐답니까...
참배를 하고 두루두루 둘러보며 제 머리를 쥐어박습니다.
미틴, 미틴....진즉 챙기지 못한 나의 불찰에 머리끄뎅이 줘뜯고 싶음을 간신히 참고
아까바서 보고 또보고 합니다.
겨우겨우 밧데리를 뽑았다 다시 꼽고 해서 건진게 이 한장의 사진입니다.
히유~~보물섬을 발견했는데 보물은 가져오지 못하는맴...아시겠읍니까...
넉넉한 미륵불의 형상을 보며 감히 언제 저런 품성을 담은 얼굴이 될 수 있을까, 꿈꾸어 봅니다.
그릇처럼 비우라. 집착도 분노도 비우고 새로 태어나듯 공으로 돌아가라.인연도 비우고 겸허하게 기다리라.
하는 것 같습니다.
옛 선사들은 저 구름 같은 영혼이 되기 위해 그렇게 도를 닦았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그분들의 정신까지 헤아려보게 됩니다.
차로 돌아와 급히 충전을 함시롱 가을에 꼬옥 다시오리라 다짐하며 나오는데
정이품송을 만납니다.
집에 돌아와 여행의 잔재들을 풀어놓으니 엽서,티켓.. 민망한 견인통지서도 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