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마다 저녁 모임이 있어 은근히 복장에 신경이 쓰이는데, 옆자리 설비 박사장이 속삭인다.
"9월 부턴 정장하셔야 될거예요.지금은 여름이라 자율인데..."
이 양반, 내 작업복이 거슬리나 싶어,
---한복을 입을까요? 미니를 입을까요..
"..................."
조크도 모르는구만.
집에 들어오는 중, 주니에게서 문자가 들어온다.
<오늘 수1 특강하고 9시에 마쳐요ㅠㅠ>
도착 시간이 거의 맞아 떨어지니 학원밑에서 기다리면 되겠군.
아들, 차에 오르며 봇물 터지듯 말을 쏟아낸다.
"어우~ 배고파~~ 엄마, 오늘 신세계를 보았어. 로그(대수對數)를 했는데 장난이 아냐. 완전 햇갈려. 와~애들은 멍하니 있고 나만 조금 이해가 돼."
---적분 들어가면 어떡하려고 그래...
"아..그때까지 계속 신세계 관람이지. 그래도 내가 제일 이해력이 뛰어나다니까."
끝까지 지 자랑질이다.
집에 오자마자 우유랑 샌드위치를 게눈 감추듯 해치우곤
"아~ 엄마가 끓여주는 라면이 먹고 싶다" -사실 주니가 더 잘 끓인다-
쳇, 하기 싫은가 보군...
끓여서 바치니 국물까지 싹싹.
그리고 마악 티브이 광고에 나오는 마늘 소스 통닭을 시켜 먹잔다.
이 넘 뱃속에 거지가 들었나....
경어 쓰기에 재미 들린 주니,
---그냥 들어 오시지.
---그럼 밥만 먹고 오도록 하여라.
---늦으면 곤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얏.
완전 갖고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