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침에 걸려온 엄마 전화.
"니는 출장가면 간다고 얘기좀 하고 가지. 아무리 애들이 알아서 한다 해도 즈들끼리 냅두면 되나."
--- 뭔일 있어요?
"앞전에 니 없을때 주니가 친구랑 술을 마시더라."
---네에?!! 자세히 얘기해 보세요.
덜컹 내려앉는 가슴을 쓸어안으며 앞뒤 서두없는 엄마말에 볼멘소리가 튀 나온다.
격앙된 내목소리에 적잖이 주눅 걸린 엄마는
"아니.그게... 저번 니가 출장갔을때 집에 가보니 친구랑 맥주를 마시고 있어서 내가 놀래서 머라 안했나. 지는 안먹었다고 하지만..
엄마에게 얘기 안할테니 앞으로 절대 마시지 말라고 했다."
---왜 엄마한테 얘길 안해요? 내가 알아야지!
괜히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곤, 술을 먹었다는 사실보다 어른이 없는 공간에서의 불편한 장면이 할미에게 보여졌다는 점이 크게 우려가 되어, 부랴부랴 서둘러 귀가하면서 마침 전화온 미니에게,
--- 엄마 없는 사이 주니가 친구 자주 델구 와?
"가끔."
---친구랑 맥주 마셨다는데 너 알어?"(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아니, 난 못봤어. 근데.. 엄마 먹으면 안돼?"
---(반문할 명목이 없는 애주가인 에미) 술먹는게 잘못이 아니라 왜 어른이 없을때 먹느냐가 문제인거지!
에미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생각한 미니가 동생 반에 가서 물었단다.
"니 엄마 없을때 친구 델구 와서 술먹었나?!"
"응. 한번."
그리고 에미한테 보고한다.
형의 보고를 받은 에미는 귀가 하는 내내 어떻게 훈육을 해줘야 하나 복잡해지며.
'뇌의 세포를 하나라도 먼저 죽이고 싶거든 마셔라, 경험으로 얘기하건데, 우리 뇌의 굵고 연한 주름이 우리가 알고 기억하는 것에
생기는 결과라는데 알콜로 인해 그 주름을 다림질 하고 싶다면 맘껏 마셔라. 말리지는 않으마, 너의 뇌세포이니' 라고 할까.
조기 알콜로 생기는 건강상 문제들로 나타나는 여러가지 병들의 몰골의 말로들을 제시해 볼까.
아님, 같이 먹었다는 친구들 불러 에미랑 맞잔 들며 확! 꼭지 돌게끔까지 퍼멕여 숙취의 고통을 겪게 해줄까.
여러가지 생각의 갈래에 잡힌다.
형아에게 어떤 귀띰을 받았는지 풀죽은 목소리로 인사하며 귀가하는 주니.
---씻고 와 얘기 좀 하지.
" 엄마, 사실은..(이넘은 꼭 지 잘못을 얘기할때 '사실'을 붙이지ㅠ) 현우가 자기 집에서 먹어봤다고 마침 울집 냉장고에 맥주가 있어서 호기심에서 먹었어요. 그 때 할머니가 오셔서 보신 거예요."
---두번 보셨다던데?!
" 처음 먹어보고 맛이 없어서 두번째 먹을땐 난 안먹고 현우만 먹었어...그런데 정말, 술이 맛이 없었어."
술을 맛으로 먹니? 바보야. 하려다 꾸욱 삼키며,
생각의 갈래에서 잡힌 말들과 함께 끝으로 정말 마시고 싶으면 엄마랑 먹자로 합의 했다.
그리고 현우는 다음에 엄마랑 제대로 함 같이 먹어보기로..물론 현우엄마랑.
되짚어 보니,
번잡스러운걸 싫어하시는 내 엄마가 손주의 친구들이 몰려 오는것도 마뜩지 않으신데 거기에 어린넘들이 맥주까지 마시는 상황을
연출했으니 얼마나 상심하였을까...
십분 이해하면서도 우선 아이의 심중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해보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