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소리

짝찌

慧圓 2013. 8. 16. 02:03

 

그와는 숙적인가 보다.

아님 전생에 견원지간이었던지.

 

츠자나이 스물다섯해에 첫 직장이 건설회사였다.

나의 이력서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는데 오너가 나이 많은거로 태클을 걸때-그땐 스무한두살이 대세였으니-  

한과장이라는 이가

'나이도 있고 그 중 외모도 떨어지니 현장기사들이 사무실에 붙어있지 않을겁니다.'

그랬단다...헐~

여직원이 한미모 했다면 현장에 일은 안나가고 할일없이 책상앞에 붙어 쳐다보고 있을거란 계산에서 한 말이었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특혜?로 입사를 하고보니 나와 책상을 나란히 한 짝찌는 갓 결혼한 신랑이더라.

나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얼떨결에 이력서를 내었던 곳에 발목을 잡힌 꼴이었고 그도 구청 지적과에 있다 흘러흘러 노가다에 발을 내딛은 상태였다. 

 

볕이 한없이 따사롭게 내려쬐던 어느 봄 날,

점심을 먹고 와 책상에 놓인 커피캔을 꿀걱 꿀걱 마시는데 끝마무리쯤 담배꽁초의 이물질에 우웩!

---누구얏!

고함과 동시 배시시한 짝꿍의 능글스런 웃음.

'재 떨었다고 말하려는데 그렇게 급히 마시냐~'

한시간 이십분을 꼴아보다 눈 돌아갈뻔 했다.

 

오버깃 세워 양팔낀 가슴팍을 싸안으며 점심 잘 먹고 온 겨울 한 낮,

금전출납부라는 장부를 펼치는데 널브러져 있던 콘돔!

당시 그것의 용도가 무엇인지 당최 감을 잡을 수 없었던 츠자는 그 보들스런 감촉에 입으로 불어도보고 손가락을 넣어도 보는 해괴망측한 시츄에이션을 펼쳤으니...

지나가다 그 꼴을 황당하게 지켜본 사장님이 호출해 '니가 여자냐?..' 라는 황망스런 표정으로 브리핑을 해줘,

---누구얏!

이번엔 범인이 나타나질 않는다.

---내 오늘 진범이 누군지 잡히기전엔 퇴근도 불사할 것이얏!

같잖은 엄포에 구석에서 '점잔이'로 통하던 한 친구가 신문을 보다 말한다. 나에게 특혜를 준 한과장이다--;

"내 이름이 <진범>인데..."

그랬다 정말--;;

정작 진범은 커피캔에 담배 꽁초를 넣은 짝찌였는데.

 

이름이 진범인 사람과의 결혼 후 사업이라고 펼쳐 한창 핏치를 올릴즈음, 나의 거래처를 비집고 들어와 곳곳에 나와 부닥치게 된 업자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또 그놈의 짝찌였다. 

그것도 우리 사무실 바로 앞에다 개업하여 얼마나 부글거리며 속을 비우고 참았는지.

 

그는 기술력으로, 난 노하루로 각자 영역을 넓혀갔다.

전문적 기능이지만 융통성결함의 그와, 융화술 8단의 노하우지만 전문기술의 결함인 나의 행보는 각자 승패의 포물선이 그려졌다.

결국 짧은 시간에 그는 문을 닫았고 나는 인맥 확장으로 실로 잘나갔다.

 

십년이 지난 후, 내가 그를 콜했다.

회사 직원으로, 나의 수하인으로.

그의 기술적인 부분을 인정했고 그만큼의 대우에 서로가 만족했다.

 

회사의 경기가 좋아지자 긴장감이 느슨했을까 그의 근무태도가 문제였을까. 

컴텨만 잡고 실시간 포커게임과 바둑으로 몇번이나 내 눈쌀을 지푸리게 하여 결국 <돈내기>로 떼버렸다.

저놈이 내 녹을 먹으면서 게임이나하고 앉았단 말이지 그러면서.

 

그랬더니 이젠 아주 작정한마냥 나의 모든 거래처에 대놓고 침바르기를 하는 것이다.

다시 내 거래처를 쑤시고 다닌다.

흐~ 이놈을 그냥!

왜 내가 갈고 닦은 자리에 엥겨붙어 똥싸냐!

제발 니땅 니가 개척하세요.

씹을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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