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소리

퇴근길에...

慧圓 2012. 6. 25. 20:39

 

 

 

 

점점 햇빛의 무게가 느껴진다.

몸이 마치 땅속으로 잦아질 듯 피곤하다.

꼭 식칼들고 모기를 잡으러 나서는 기분으로 나갔다가 저녁무렵 선혈같은 해가 질때면 허물을 벗고 오는 기분이 든다.

몸을 만지면 무슨 껍질 같은 것이 부슬부슬 떨어져내릴 것만 같다.

재미가 항개도 없다.

아아, 쉬고 싶다.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과 바다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지.

인류가 살아오면서 만들어낸 정신적인 기둥은 무얼까.

문명이니 교육이니 예술이니 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 온, 두가지의 기둥.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하나는 인간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인간을 어떤 해방감에 도달하게 하자는 것일테고

다른 하나는 극기를 통하여 인간의 욕구를 금욕적으로 자제함으로써 오히려 어떤 해방감 혹은 깨달음에 도달하게 하는 삻의 형태가 아닐까 하는.

내가 하는 일이라는 것도 마찬가지겠지.

아마 그건,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든 욕구를 충족하도록 해주는 헬레니즘과 

나 자신은그 모든 것을 감수하며 인내해야 한다고 보는 헤브라이즘으로 살아야 하는 것일지도. 

누굴 사랑한다거나 미워한다거나 하는 일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런 정신의 문제들로 마음을 바쳐 살던 때가 엊그제 인 것 같은데...

그러나 지금 나에게 있어 이런 생각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오늘은 형틀 출역인원이 몇명이고 철근공이 몇명이고 타설을 몇루배 쳤나..

이런 생활에도 헬레니즘이니 헤브라이즘이니 하는 것이 끼어들 자리가 있는가.

난...보다 헬레니즘적으로,

자유롭게 나 자신을 던져서... 다만 그렇게 살고 싶은데.

내가 가진 그 양 만큼의 자유,

언제까지나 자유롭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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