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소리

기적

慧圓 2012. 4. 4. 00:18

포스터 

 <사진:네이버>

                                                                                

스페인 마드리드의 어느 수녀원,

나폴레옹의 한 부대 책임자였던 장병 마이클은 부상을 당해 데레사 수녀의 간호를 받는다. 

사랑에 빠지는 남녀의 이야기지만 당시로선 종교적인 소재로 거론이 많지 않았을까 싶은데.

관능적이며 순수의 양면을 가진 캐럴베이커와 귀족적 용모의 로저무어가 인상이 깊었던,

두 여고생 언니들 영향으로 초딩때 보게 된 영화.

그 여배우가 비바람 몰아치던 날 밤, 수녀원을 빠져나가던 장면이 크게 각인되어 아직도 서늘하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어린 마음에 사랑의 이율배반이라 여겼을까. 

영화 얘기로 돌아가면,

완쾌되어 다시 전쟁터로 나가야 하는 마이클에게 테레사는 시계를 증표로 주는데,

결국 그녀는 수녀로서의 금기사항을 어기고 연인을 못잊어 수녀원을 빠져 나가 그를 찾아 나선다.

테레사가 수녀원을 떠난 이후 수녀원에서는 마리아상이 사라지는 불길한 징조가 일어나고 가뭄이 지속되어 그 마을은 폐혀가 된다.

테레사는 떠돌면서 자신이 증표로 준 마이클의 시계를 발견하고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실의에 빠져 집시생활을 시작하는데,

그러나 죽은 줄만 알았던 마이클은 총을 맞은 부위가 테레사의 시계 덕분으로 극적으로 살아남아 그녀를 찾아가지만 테레사는 이미 수녀원을 떠난 뒤였다.

한편 스페인의 마드리드를 여행하던 테레사 수녀는 투우사를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투우경기 중 예기치 않은 사고로 투우사가 죽음을 당하자, 그녀는 자신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는 모두 죽는다는 예감에 사로잡혀 다시 수녀원으로 귀향 하고..

몇 해 동안 가물었던 그 마을은 테레사가 수녀원으로 돌아오던 날, 비가 내리고 사라졌던 마리아상이 돌아온다.

이 부분만이 정확하게 기억에 남음.

 

 

 

 

 

 

다시 예전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얼마를 돌아왔는가...

5년 동안 많은 파란과 변화속에서 흙이 밟히는 소리가 들렸고, 흐르는 물소리도 들었고 마른 풀이 발끝에 스치는 소리도 들었다.

나는 그냥 앞만 보며 걸어 왔던거 같은데 아직도 갈 길은 제방둑으로 가로 놓인 마냥 지나간 시간들 조차 잿빛으로 아련하다,

그러나 행복해 하며 걸어 왔던 시간들이 많음에 마음속 오래 묻어놓고 남몰래 꺼내보는 보석처럼 그리워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누이 같은 마음은 아니더라도,

수녀원을 떠나 고난의 행로를 겪고 돌아온 <기적>의 데레사는 아니더라도.

나에겐 많은 추억들이 즐거움으로 겹쳐 따뜻하지 아니한가.

아주 오랜 세월이 가도 나의 길을 이런 마음으로 찾아가는 나를 잊지 말아야 할텐데.

 

구두솔처럼 꽉꽉 차있는 내 머리칼이 -숱이 많다며 단골 미용실장님은 항상 솎아준다- 때 잃은 강풍으로 狂년이 널뛰며 속옷 날리듯 나풀거리는 머리칼을 안고 돌아와 거울을 보니 대남병원에서 갓 퇴원한 여인 같다.

왼쪽 가리마가 왜 오른쪽으로 가 있냐고ㅉ

창 밖 허연 물체가 날으는걸 보고 봄이면 찾아오는 춘조(春鳥) 인가 보다 그랬는데 그냥 <봉다리>였네^^

그러고보니 이 집에선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울다 가는 새를 가끔씩 보는데 이름을 몰라 봄이면 찾아오기 때문에 나는 그저 춘조라고 부른다.

눈이 녹고 꽃이 핀다고 다 봄은 아니지.

언제부터인가. 저 춘조가 울어야 그제사 나에게 봄이 자각되어 지니.

오늘 날씨가 꼭 내 마음과도 같구나.

 

일주일 짐 정리에 탈진에 무력의 상실로 넋놓고 있을즈음, 온 몸을 빠지직 감전시키는 친구의 한마디.

'이만한 것에 감사해 하자'

난 아직도 오만하며 건방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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