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백 사장님.
매일 새벽 기도로 <어쨌든> 시작합니다.
딱히 더 나아질 것도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제가 다시 사업을 틀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 줄 모릅니다.
<이만한 것에 감사해 하자>로 참선을 합니다.
보답은 할 수 있을진 모르겠으나 잊지 말자고는 다짐합니다.
심부장이 토목 사장 예를 들며 판단과 정리에 대해 얘길 했지만 사실, 안 주고 지키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 것인지, 내주고 내어주어도 끝이 없고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데도 끊임 업는 압박과 고통에 하루하루 정말 살인적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매일매일 폐부를 찌르는 시간 속에서 요즘 법원, 노동청, 검찰청... 무시무시한 곳으로만 돌아다닙니다.
어제는 수영 종건 상대로 건설협회 및 공정거래 위원회, 중소기업청에 의뢰했던 불공정 신고의 답이 왔는데
원도급자의 시공능력 평가액이 저희보다 낮아 -22억 밖에 안된다더군요- 하도급 거래가 인정이 안된다고 합니다.
저희 회사 단종보다 상대편 종합건설의 시공평가 금액이 낮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게 이유인데.. 이러한 모든 장애가 무슨 재앙의 폭풍이 부는 것 같아 세상의 분노로 회로까지 돌 지경이었습니다.
하물며 수영 종건에서 공사대금 지불을 해 주지 않아 임금체불로 오백만의 벌금이 부과됨과 동시에 검찰청에선 이달 말일까지 처리를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로 넘긴다더군요.
하마터면 <날 죽여라!> 소리 칠 뻔했습니다.
사무실 직원도 부동산(동탄) 명의 대용으로 법적 처리한다고 하니, 제가 삶을 지탱할 이유가 자식 말고 더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며칠 전 작은놈이 학교에서 농구를 하다 양팔 깁스를 하는 바람에 잠깐 담임선생님 면담을 했었는데, 아이가 의외로 학교에서 인기가 높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도 안 되는 놈이 먼 인기인가 싶었는데 선생님 말씀으로는 1학년 때 설문조사에서 세상에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어머니>라고 썼더랍니다.
이런 답을 쓴 게 아이밖에 없다는 것을 두고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칭찬일색으로 한 마디씩 했답니다.
태산 넘어 봄바람 만난 기분은 잠시, 아이 미래에 더 이상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그게 두려울 뿐입니다.
그래도 하루하루 숨쉬기조차 버거운 시간 속에서도 요즘 봄꽃이 눈에는 들어옵니다.
근자에 <매. 경>에 실린 사장님을 보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노려보아야 하는 벚꽃이 꼭 예전 나를 보는 것만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듭디다.
예전에 날 보던 사장님의 기대찬 눈길에, 손길에 다듬어져 찬란했던 옛 시간들...
그러나 나의 업적은 찰나로 그치고 눈처럼 떨어지는 저 꽃잎처럼 허망히 날리며 거리를 지저분스럽게 하는,
마치 너덜너덜한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요즘은 사시사철에도 볼 수 있는 제 철 잃은 개나리보다 꼴랑 일주일 만에 하늘을 가리며 피고 한순간에 지기도 하는 벚꽃보다,
저 사무치게 고운 빛을 내는 햇진달래가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편한 꽃밭이 아닌, 가파른 돌무더기에서 피어나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피는 진달래의 본성을 아마 닮고 싶은가 봅니다.
사장님.
언젠가는 이런 시간들도 옛이야기들로 묻혀 사심 없이 나눌 때가 있을런지.
진달래처럼 피어날 수 있을는지.
하늘을 이불 삼아 땅을 바닥에 두고 살아도 맘 편히 살았으면 하는 게 지금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선생님.
봄꽃이 많이 폈습니다.
사시사철에도 간간히 볼 수 있는 제 철 모르는 개나리부터,
꼴랑 일주일 만에 구름같이 피었다 한순간에 지기도 하는, 그래서 눈도 깜박이지 않고 노려 보아야 하는 벚꽃에서.
저 사무치게 고운 빛을 내는 햇진달래까지 흐드러지게 핀 교정을 나오면서 일전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좋은 봄꽃 기운을 받고 나온 듯하여,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습니다.
어느새 아이가 신학기에 접어든지도 달포가 훨씬 넘었음에 제대로 인사도 하질 못한 채 창준이의 소 반란에 이은 연이은 사고까지 괜한 신경을 쓰게 해 드려서 송구스러운 마음뿐입니다.
그럼에도 여러 가지 세세하게 도움을 주시려는 선생님의 배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의 학창 시절을 보더래도 가장 쉬운 일이 공부뿐이었건만, 누구나 그렇듯 그 순간을 아끼며 소중하게 보내는 건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우리 아이도 질풍노도 시기에 또 어떤 바이러스가 침투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선생님께서 크게 문제 삼지 않으시고 잘 다독거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페이스를 찾은 것 같습니다.
공부에는 아직 취미가 붙지 않아 그게 탈이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에 팔까지 못쓰게 되어 가장 큰 문제이지만.
아이도 이젠 필기가 하고 싶다 할 정도이니 에지간히 갑갑증을 느끼는 듯합니다.
방과 후 수업에 대해 창준이와 얘길 해보았는데 깁스를 풀기 전까지 어렵지 않겠냐고 그러더군요.
저는 좀 거창하게 독서삼도를 거론하며 공부하는 데는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고 마음으로 깨우쳐야 한다고 강조하였으나 현실적으로 아이는 11시까지 반수 불구로 앉아 있기가 불가하다는데 어쩐답니까 쩝.
아직 마음의 열의가 없다고 보아집니다.
아무래도 준이에겐 강요와 강제성이 조금 가미할 필요가 있기에 이 부분에서 선생님의 독려를 염치없이 부탁드려 봅니다.
목표는 세웠지만 거기에 매진하는 노력이 부족해 무엇보다 그것이 걱정인데 선생님의 지도와 더불어 가정에서도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일전에 저희 원청회사에서 만드는 비매품인 치약을 아이에게 건네주었더니 기겁을 하는지라 참 난감했습니다.
단지 치약일 뿐인데 이 정도에도 용납이 안 되는 현실에 유감함과 나날이 바뀌어 가는 교육 현실에 선생님의 노고를 느끼면서..
우리 아이들도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 잘 피는 진달래의 본성을 알고 닮아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 이만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