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낙산리 삼층석탑

慧圓 2011. 7. 7. 03:33

 

힘든 하루다.

물론 연속적으로는 아니지만 열 세 시간의 운전은 이런 증상을 초래한다.

뻐끈거리는 목, 한번씩 폈다 오므리면 우드득 소리 나는 팔, 한 짝 씩 힘을 분산 시켜줘야 하는 엉덩이,

잔뜩 엉킨 실타래 한웅큼이 들어가 있는 머릿 속, 치적치적 달라 붙는 다습 바람에 땀으로 젖었다 식었다 하는 몸,

점심때 먹은 자장면으로 더부룩한 위장, 침침해져 자꾸 비벼야 하는 눈, 에어컨 바람에 맹맹거리는 코.

지금은... 잠도 안온다.

 

동탄에서 매수자와의  미팅이 오후 1시.

부동산 중개, 대출 승계, 정산처리...겨우 네 시가 다 돼서야 마무리 된다.

오후의 햇살도 오랫만인지라 중간에 어디 한 곳, 들르지 않고선 숙제를 안하것 같은 찝찝함에 선산으로 목적지를 정한다.

이쯤 되면 나도 중독의 조짐이 강한거지.

네비를 찍으니 300키로가 넘는 고속도로, 경부와 중부, 중앙, 대구 고속도로가 이어진다.

 

걸려오는 전화. 아! 내일까지 견적 제출이 있었지.

에잇, 내일 일은 내일이고.

이어지는 전화,  H.I 이전무.

"기초 타설 하는데 안 와 볼거요?"

내일로 미루고 또 달린다.

이번엔 임 이사다.

"9일 슬라브 타설 하는데 기성청구는 바로 할까요?"

 

그런데 그런데... 이런~ 중부내륙으로 빠져야 하는 걸 그냥 지나쳤다.

아이고..사십키로나 늘어나 있다.

왕짜발이 밀려오고 갈등과 번민으로 머리를 줘박는다.

포기하자. 가지 말라는 징조야.

집으로 목적지를 맞추고 경부로 계속 달리는데 김천까지 오니..잠시 또 갈등한다.

이대로 가면 섭섭하지? 그래 언제 또 일부러 가겠어...

다시 네비를 찍는다.

선산으로 올라갔다가 구미로 빠진다.

쳇..비까지 오네...왜 이러냐 일진이.

 

거의 가까이 온 것 같은데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네비를 두 곳 이상 경유를 해놓았더니 첫번째 목표의 정확한 거리 표시를 알 수 없다. 

이정표도 없고 길조차 좁다.

결국 산길로 백 미터쯤 들어서다 도저히 아니다 싶어 후진으로 돌아 나온다.

진입도로 까지 나와 네비를 다시 조작해서 들어가 본다.

역시 찾지 못해 열받아 이젠 슬슬 발동 걸린 오기로

그래, 꼭꼭 숨어라 내가 못찾을 줄 알지?

네비의 미터수가 제로가 될때 직접 찾아 보기로 하고 파킹을 하며 사방을 휘 둘러보니 아뿔싸!

동쪽으로 휑하게 서 있는 탑.

 

 

 

 

 

 

 

 

 

 

 

 

통일 신라시대지만 모전석탑 양식이다.

근데 어디서 보았더라... 아무래도 닮았지?

어렴풋이 기억해본다.

아...경주 박물관, 고선사탑.

기품 있는 멋진 남성의 세련미를 풍기는 고선사탑과 비교해보니 낙산리탑은 아주 차분하고 은은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여성미다.

햐~ 둘이 잘 어울리겠는데.. 가만 있자 연대 차이가...

고선사탑이 대략 이백년 이나 앞서긴 하지만 연하처럼 보이는 건 강인함?..

그러면 낙산리탑은 안온한 누이 같은 연상의 여인..

강직하면서 유연함 더불어 포용성도 있어 보이는 남성과 조용하면서 우아함 그러면서 당당하게 까지 보이는 여성.

아주 멋드러지는 둘의 조화가 궁합 잘 맞는 어울리는 한쌍의 원앙과도 같다.

 

  

고선사탑(네이버)                                                         낙산리탑

 

 

 

 

 

돌아나서며 가지런히 심은 고추밭을 보고 어쩔 수 없는 웃음을 짓는다.

우리밭의 고추는 어떻게 되었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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