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거우면 상대도 즐겁고 내가 즐겁지 않으면 상대도 마찬가지인 걸 섭섭함을 가질 필요는 없다.
몸과 마음이 꼬여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고 생각하기도 싫다.
헛스런 마음에 딴지까지 건다.
못됐다.
길치의 아둔함이 밉고 무모함에 한심해 하면서 꾸역꾸역 찾아 들어가는 알 수 없는 심보에 쓴웃음 짓지만 어쩌겠는가.
안 가보면 더 한 아쉬움에 힘들것인데.
어두워 오는 어스름에 마음은 급하지만, 사라지는 빛을 붙잡고 늘어지고는 싶지만,
이미 낙산리탑에서 기진맥진한 터라 12키로 떨어진 죽장리에서의 헤맴은 이제 마음을 비우게 한다.
어렴풋이 보이는 국보의 오층석탑.
낙산리와 마친가지로 모전석탑 계열이다.
어둠에 덮힌 경내의 바윗돌에 앉아 스님의 저녁 예불 소리에 마음을 놓는다.
탑을 생각한다.
탑을 바라본다.
탑에게 말한다.
난...무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