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무겁게 날아다닌다.
새벽 안개를 밀면서 현장으로 출발할 때 창 밖에서 너울거리고 있는 나뭇잎을 내다보니 아침햇빛이 그 위에 얹혀서 빛나고 있다.
그런데.. 그 빛이 무거워 보인다.
이글거리며 다가온 여름날을 대비해 나뭇잎 위에서 반짝거리고 있던 햇빛의 조각들이 갑자기 자디잘게 부서져서 떨어져내리고 그 자리가 아무런 색깔도 부피도 느껴지지 않는 공간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본다.
---네, 회장님.
이른 아침의 전화는 내게 이제 창 밖의 햇빛따위는 없다. 그것은 다만 잿빛의 텅 빈 공간일 뿐.
전 날의 퉁퉁거림으로 시작된 나의 태도에 상당히 격앙된 회장의 전화가 어떤 의미인지, 상대의 진의를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음성을 듣는 순간 차갑고 투명한 얼음 하나가 내 등줄기를 타고 내린다.
일의 절박함이 그나마 나의 짜증을 증폭시키지 못함을 다행이라 여기며,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란 묵묵부답.
침묵도 대답이라는 걸 누가 그랬던가.
햇빛은 어디로 갔는가.
회장의 내뱉는 말이 이미 나에게는 들려오지 않는다.
용납될 수 없는 부피를 가지고 쏟아 붓는 말들은 내가 살아오면서 받을 수 없는 상식 밖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엄청난, 회복될 수 없는 미움과 고약이 내 마음에서 자라 있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갑질의 횡포는 결국 퇴근해서 토할 지경까지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