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소리

성민이

慧圓 2017. 11. 28. 07:57









미적지근한 더위가 남아 있는 가을 날씨가 좋다.

게다가 오늘은 기분도 그리 나쁘지가 않다.

얼마 전부터 긴 악몽에서 헤어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런 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성민이는 예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전다.

상처 입은 커다란 새가 절뚝거리며 걷는 것처럼 그런 걸음으로 항상 한 박자 늦게 걷는다.

죽을 뻔한 사고였다는데 마누라의 극진한 간호로 지금은 여느 건강한 사람보다 더 활기찬 사람이다.

행색은 꼭 거지 같은 꼴을 하고 새마을 지도자 패션이지만 그의 눈빛은 커다란 꿈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은,

이마 뒤쪽으로 어린애같이 천진난만한 순수성과 무엇이든 밀어붙일 것만 같은 저력이 한데 섞여 있는 것만 같다.

나이 오십줄인데 <민아, 민아> 부르는 내 불음에 깍듯이 <네 누님, 누나> 하며 따라붙는 덩치 큰 남자애?가 밉지가 않다.

항상 밝고 쾌활하여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웃음을 준다.

그리고 우린 이상하게도 닮았다. 


 

 

'나의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엔...  (0) 2018.02.20
'子' 의 전성시대  (0) 2018.02.06
하루의 평화  (0) 2017.11.17
봉변  (0) 2017.10.27
모래성  (0) 2017.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