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무리 일찍 나선다고 발버둥쳐봐도 전과장은 항상 나보다 먼저 와 있다.
마누라도 있는 사람이 먼 새벽잠이 그리 없대..
미친갱이 비가 오랄땐 안오고 꼭 새벽 작업자들 나설 시간에 뿌렸다가 철수하면 딱 그친다.
완전 꼬장이다!
새벽 세 시부터 내린 비를 꼴아보고 있다가 다섯시 집을 나선다.
'한 시간만 더 봐준다' 는 마음으로 와이퍼를 돌리지 않은 채 현장으로 오니 여섯 시.
스무여명 형틀, 철근공이 줄기차게 또는 세차게 내리는 비에 한 둘씩 빠져가는 걸 보는 내 마음은 까맣게 타고.
씨, 저 인원이 작업해야 낼 공글치는데.
할 수 없이 오야지들을 소집해
---일꾼들을 잡든지 끌고오든지 야간을 하든지 오늘 중으로 마무리 안되면 기성이고 귀성이고 없어욧!
"**님, 내일 오전까지는 해보겠습니다. 오후에 타설하게 하십쇼"
오후 타설이면 야간까지 가는데...할 수 없지.
공그리 치는 날.
어제보다 더욱 세차게 맹렬히 한 시간이나 더! 내린다.
내 이 비를 정말!! 풀들도 에지간히 먹었는데.
어쩌겠는가 무심한 하늘을.
거의 '그래 졌다 너 뿌리고 싶은만큼 뿌려라. 공글 못치는거 밖에 더 있겠냐' 마음을 비웠더니 하늘도 내 포기에 시들했는지 멈춘다.
세 시간 후에 타설할 수 있다고 하니 그제사 졸았던 마음 놓이고.
"철근공 열 명 나왔으니 <참> 준비해주이소"
웅촌현장은 산 밑이라 식당이 마땅치 않다.
김밥 스무줄을 사들고 갔더니 작업자들이 일을 안하고 멀뚱멀뚱 서 있다.
---뭔 일이요?
"전기가 없어 작업을 못하고 있슴다"
이 무슨?!
원청에서 임시전기 가설을 해 놓지 않고 이제껏 옆 공장에서 빌려 용전을 했는데 오늘 첫공일이라 공장이 휴무니 전기를 내려놓고 갈 수 밖에.
이건 결단코 사전 단도리 안한 현장책임자 실수다.
---백이사님, 이런 경우가! 아니 전기 단도리도 안해 놓고 작업자들 불렀어요? 이 사람들 어쩔거요, 철수 한다는데!!
"나도 지금 벌초 가다가 중간에서 턴해 가고 있으니 일단 가서 얘기합시다.."
C바. 벌초얘기가 지금 왜 나와.
허~~백이사가 오려면 앞으로 한 시간도 더 걸릴 것이고 그동안 작업자들은 놀고 있어야 한다.
오전 참 시간을 당겨 먹게 하고 자갈을 굴려본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백이사가 와도 해결되진 않을 것이고, 옆공장도 문을 열지 않을 것이고, 한전에서 나와줄리 만무고..어디서 전기를 끌어오겠는가.
역시 인터넷이야~~
가장 가까운 기계임대처를 검색해 전화번호를 따 나열해 놓는다.
차례로 걸어보니 휴일이라 전화를 안받고 벌초 간다며 안되고..겨우 한 군데서 이제 막 문을 연단다.
---아저씨 아니 사장님 선생님. 제가 지금 갈테니 발전기 하나 준비해 놔 주세요.
네비찍으니 8키로다. 왕복 16키로.
나비같이 시동걸어 제비처럼 날라가 발전기 싣고 휘발유 한 말까지 담아오니 거의 작업자 참 먹고 나온시간에 맞춘다.
한 숨 돌리자 그제사 백이사 도착.
너, 한 수 잡혔어~ 당분간 양순하겠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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