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일지

전쟁 치르는 명절

慧圓 2013. 9. 21. 00:07

 

#대목

사람전쟁, 일 전쟁, 돈 전쟁을 한꺼번에에 치르다

새벽 6시반 차가 퍼졌다는 전소장 전화 받고 바로 그를 픽업하러 갔어야 했는데.

뭐 조금 늦어도..라는 안일함이 하루를 엉망으로 만든 단초였다.

작업반장의 펑크도 전소장 차 퍼짐도 나를 무덤덤하고 멍하게 만든 저 가을하늘에 책임을 물어야 할까

 

대목전의 현장은 거의 초인적인 힘을 요하는 상황이 되는지라 며칠동안 정신줄 놓기 직전까지 불사주야로 뛰며

그 놈의 명절때문에 갑절 어렵고 힘겹고 고역의 시간 연속이다.

이틀 일을 하루 만에 끝내야 하고 내일 일을 오늘로 당기고 며칠 쉬는 휴일량 만큼 작업의 성과는 이루어내야 하니 추석이 왜 있어야 하는지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

오곡이 무르익는 들판에 영그는 과일, 한 해 농사로 일군 수확의 결실로 나눠 갖는 즐거움..다 좋다 이거지.

그러나 개뿔..이번 추석은 나에겐 너무 힘들다.

 

 

 

 

 

 

 

 

 

 

 

 

 

 

 

 

#여행

이 며칠의 휴가를 위해 그토록 몸떨어 울었던가.

추석 전 날까지 야간작업에 인근 주민들 민원으로 렘콘 세 대는 그냥 돌려보내야 했던게 아쉽지만 어쩌겠나.

그나마라도 버림타설을 마쳤으니 그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황금빛 들판, 높아진 하늘, 유유한 구름, 기분 좋게 스치는 바람...그동안 죽을맛이던 날들이 한순간에 씻겨져 간다.

들판에서 분홍빛과 금빛으로 변하는 저녁 노을, 새벽 5시쯤 희미하게 날이 밝아오고 앞으로 점점 짙어질 열기를 느끼며 간혹 소슬바람이 몸을 훑고가는 이 찰나, 어찌 소중하지 않으랴.

그럴때면 명랑한 기쁨이 보글보글 거품처럼 피어올랐다.

휴~ 이 자연속의 휴식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노동에 열중하는구나.

일년 중 가장 밝게 뜨는 보름달의 중추절을 지내며 자연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구나.

단순히 먹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조상과 후손이 함께 경건하게 맞이하는 차례라는 문화가 있었구나.

이상하게 추석만 되면 내가 행선지를 경주로 잡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구나...

조상과 나의 교류가 있기에.

신라인들이 놀던 이곳에서 이 후손도 즐기고 싶거늘.

 

 

 

 

 

 

 

 

 

 

 # 각 자

민이가 4박5일 휴가를 왔다.

서울 조카는 준이랑은 생뚱하게 지내더만 뒤늦게 합류한 민이를 보더니 물만난 고기마냥 재잘거린다.

민이는 또 조증에라도 걸린 듯이 부대의 일상, 전우, 선임등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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