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0
아그들과 예전엔 곧잘 했었는데, 그넘의 입시가 무엇인지 고딩이 되자 모다 도서관으로 학원으로 훨훨~
휴일에도 아그들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형편이라 올만 홀로 홀짝이고 있슴돠.
황혼을 바라보며 술잔에 저무는 해를 띄웁니다.
나는 누고 니는 누구냐.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냐.
나란 사람은 이따금 하염없고 이따금 야하고 이따금 청승맞고 이따금 바보같고 이따금 예쁘고 이따금 천박하고
이따금 사람한테도 미치고 이따금 덜컥 일도 잘치고...그렇구나.
난 그 이따금 때문에 요모양이구나 그람서 마심다.
<아침부터 왼종일 나 혼자 버려졌어. 애들이 팽개치고 갔어. 잊혀진 여인이 돼버렸어...>
문자를 보냈는데 아무도 답이 없슴돠.
바득바득 거리며 '그래 처절하게 외로워 주리라' 그러며 말도 안되는 복수심을 키웁니다.
아, 내 꼴이 꼭 저무는 강가에 신발 벗어 놓고 앉아 있는 형상이로구나.
길은 멀고 날은 저무는데, 보이는 저 바다에는 유람선만 오갈뿐.
어디로 가야 할 길이 있는것도 아님서 있지도 않는 나룻배와 사공이 없음을 탓하며 한 잔 걸침돠.
그동안 비단옷 입고 밤길 걸었다 해도 좋다. 아무 보람이 없었다곤 못하지만서도...
다 저 하고 싶은대로 살라고 해라. 그냥 이렇게 욕심 부리지 말고 한세상 가라고 하자.
네모진 뚜껑으로 둥근 그릇을 덮을까.나라는 인간 어차피 이따금의 인생아니더냐.
주체할 수 없는 쓸쓸이 드넓은 갯펄처럼 자신의 앞에 펼쳐져 있는 것만 같슴돠.
따악, 딱...요러콤 기분 좋아지는 양은 시워니 댓잔 들갈 때 임다.
예닐곱잔 드가면 해죽해죽 만면에 미소 만발 번짐다.
한병째 제끼뿌믄,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뭐 이런 논제에 장고 들어감다.
거의 두병째 까믄, 오락가락해가 인생응ㄴ 짧지가 않다. 얼마나 지루하고 긴 게 인생이나.
학교 다니랴, 연애 하랴, 결혼하랴, 애 낳으랴, 그걸로 다되냐? 출세하지면 또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
대리 차장 과장 부장 ..그러다 겨우 이사라도 돼 보면 거긴 또 뭐가 있지? 얼마나 길고 지리한 게 인생이냐.
그러는 사이에도 아이들 기르랴, 늘어나는 체중에 배 나오는 꼴도 겪으며 허리띠 한 칸씩 늘려 가랴...
인생은 짧은 게 아이다. 인생처럼 지리하고 끝도 없이 느껴지는 게 세상에 또 어디 있냐.
인생은 지루하고 예술은 골 때려도 난 그냥 이렇게 술 한잔이 좋구나 뭐 이람시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