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훈련 1주차 (2)

慧圓 2015. 7. 24. 16:54

20150717 준아, 어젯밤 늦게 문자를 받았어. <한창준이병은 7사단에서 신병교육 후 7사단으로 부대배치> 이것이 교육과정과 그 후의 자대 배치인 거지? 그래서 찾아 보았더니 홈페이지는 없고 카페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더구나. 엄마는 102 보충대서 계속 훈련받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이동할 줄은 또 몰랐지. 그래서 어제저녁 퇴근하고 인터넷 서신을 띄우려 했더니 벌써 정오에 마감되었다는 거야. 그러면서 그 후에 서신을 올려도 훈련병이 받을 수 없다는 거지. 이 무지의 엄마를 어떻게 한다니. 미리미리  알아보고 준비했어야 했는데 멍청히 있다가 보충대서 받아 볼 수 있는 한번의 기회를 또 놓치고야 말았구나. 엄마가 많이 미안해~

이 편지는 아마 빠르면 월욜 띄워져서 네가 받아 볼 수 있는 시간은 또 며칠 지나서이겠지.

주위 사람들이나 우리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요즘 군대 간  아들 걱정하는 바보가 어디 있냐 하지만 엄마는 군대에서의 걱정이 아니라 네 <마음>이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게지. 혹여 마음 다칠까 봐, 상할까 봐...

준아. 이것이 아마 군대가 주는 슬픔이고 아픔인가 보다. 아무리 힘든 훈련이래도 네 몸이 튼실하고 체력으로 견딜 수 있는 여건이면 얼마든지 이기며 극복할 수 있을 터인데 감성적 영향은, 더더구나 풍부한 네 성향으로 보아 다른 친구들보다 힘들지나 않는지...그것이 걱정이구나. 그러나 강한 친화력을 가진 너의 장점을 믿기에 그것으로 다소 위안을 삼는다.

엄마는 이렇게 마음을 다잡는데도..그런데 아 그런데...오늘 네 사복이 소포로 왔구나. 아직까진 뜯어보지 않았어. 알지? 엄마 마음?

한바탕 눈물의 두만강이 또 두려워 현관에 두었다가 낼 형아 오면 세탁기로 직행하려고..

사실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라잖니. 메뉴를 보니 네가 좋아하는 반찬들이 많이 있더라. 군대밥이 맛있다고들 하니..이렇게 세뇌시키고 있어.  그런데...

결국 저녁에 네 소포를 뜯어보고 또 펑펑 울었어. 한반장 아저씨가 <눈물도 없는 엄마>라고 지칭했는데 엄마도 새삼 이렇게 눈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줄 몰랐다.ㅠㅠ  어정쩡 했던 우리의 작별에 네 편지에도 표현했듯이 정말 갑갑한 심정이었지.

오죽하면 돌아오는 계속 엄마가 칭얼대며 불만을 토로했더니 근완이가 국방부에 건의하겠다는 우스개 소리도 했었다.

'부모님께 작별 인사를 하고 연병장으로 오라' 는 안내 멘트만 있었어도 좋았을 것을.

 

20150719  준아. 연명부가 아직 올라오지 않아 군번도 모르지만 7중대 검색을 해보니 강원도 화천에 있더구나. 최전방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가슴이 아리는데 우습게도 네가 감자를 좋아한다는, 그것만으로 다행이다 싶은 빈약한 이유로 위안을 가진단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항상 밝은 생각, 좋은 이유만을 찾아 생각해내 아무리 악조건 속에서도 긍정적인 사고를 키운다면 모든 일이 순조로울 거 같다.  근완이가 고맙게도 카페에서 네 사진을 찾아서 엄마에게 보내주고..여러가지로 신경을 많이 써준단다. 치윤이도 네가 강원도가 아닌 더 먼 곳으로 갔다더라도 배웅을 하였을 것이라는 말에 참 감동을 받았단다.

 

어제는 형아가 와서 할머니네랑 점심을 야적장에서 해 먹고 왔어. 넌 별 탐탁지 않은 장소라고 하였지만 엄마는 힐링 되는 기분으로 다녀와. 왜냐면 할머니가 좋아하시고 즐거워하시니 엄마는 그렇게라도 좀 더 건강하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는 거지. 엄마라고 왜 집에서 편히 쉬고 싶지 않겠어?..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나중에 모두 추억이 될 것이라 믿어. 아마 지금쯤 너도 그 장소가 그리울 거 같은데..

역시 형아도 너와 같이 계속 헛돌기만 하고 차에서 자기만 하더라ㅠㅠ 그리고 오늘은 현장 가서 뙤약볕에 컨테이너 청소도 하고 땀을 맘껏 흘리고-역시 노동은 정신을 맑게 해- 점심때쯤 들어왔더니 그새 회장님이 전화하셔서 일케 일찍 갔다고 또 한바탕 야단하시고..ㅠㅠ

 

 

20150720 준아. 하늘은 종일 잿빛 구름으로 안개 습도까지 높아 불쾌지수가 장난 아니었다. 그러니 현장에서도 사람들 한마디한마디가 거슬리고 예민하다 보니 짜증이 폭풍 쓰나미... 결국 오후에 비를 뿌리더구나. 그래도 한반장 아저씨는 작업자들 철수 시키지 않고 끝까지 매진하더라만. 너의 7사단 배치 소식이 그나마 우리 현장의 이슈. 엄마를 보는 이마다 잘(?) 빠졌다고 하면서 하물며 7사단 즉 칠성부대, 오죽하면 별이 일곱 개냐고... 이게 과연 위안일까. 불안일까...

예전 너희 중딩시절 실미도 극기체험 훈련 보냈을 때 생각이 나더라. 보트를 들고 공동묘지까지 오르는 훈련, 화생방, 행군등..  지옥훈련을 마치면서 너희들이 처음으로 했던 말, <어른을 때리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극기 훈련을 마치고 귀가한 그 다음날 엄마가 깨우니 <악! 00 기수 한창준 입니다!> 자동으로 내뱉던 구호... 생생하구나. 그러나 무엇보다도 너희들이 보낸 편지 중  '몸이 힘들어질수록 어머니가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이제 정말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라는 대목은 눈물의 두만강 일주일 짜리였다.

아마 오늘날을 대비하여 보냈건만 정작 지금 에미가 이렇게 힘든 시간이 될 줄이야.

그런데 그 때 돌아와서 현실에 적응하는 너희들 시간은 삼일을 못 가더라만.ㅠㅠ  그래도 엄마는 이렇게 생각한다. 좋은 시간들 보다 열악한 환경의 시간, 그 추억들이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자양분이 되는지... 이제 너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예행연습 삼아 너를 봇짐 메고 진주 형아에게 내쫓던 일. 아직까지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만 준아, 엄마는 사실 지금의 이런 시간들이 두려웠단다. 너를 보내고 난 다음 엄마의 시간들, 너보다 엄마 자신이 견딜 수 있을지 그것이 겁났던 게지. 

그런데 이건 아무리 연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걸 엄만 왜 몰랐을까... 어떻게 부모 자식간 이별이 연습한다고 소원할 수 있을까...

 

준아. 너가 참 인성적으로 다정한 아이란 걸 회장님이 말씀하시드만, 그래서인지 형아때랑은 또 다르게 보냈던 마음. 그런데 어제 오늘 그 회장님 때문 엄마의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다. 나이 들면 세살 어린애 같아진다는 말에 여지없어 하루하루 힘들게 마치고 오면... 절로 네 생각이 사무친다.

항상 엄마의 표정에 일거수 일투족 살피며 무슨일 있냐며.. 물어 보던 네 자상함. 주차장에서의 네 기다림...

엄마는 네게 갚을 일이 참 많구나...

여튼 오늘부터 본격적 훈련이 시작 되었을텐데.. 충분히 견디리라 여긴다. 이것이 힘들다면... 해병대의 지원이 무색하지 않겠니...

엄마는 너를 믿으며 오늘은 이만 마무리 하자.  참, 근완이가 손편지 쓸 수 있게 주소 알아내서 문자 왔다. 고마운 아이다^^*

 

20150721 준아. 새벽 6시에 나갔다가 12시간 꼬박 채우고 이제서야 돌아왔네. 오늘은 그래도 대구까지 갔다 오는 등 건설적인 일들이 많았어.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 건강보험 공단 가서 너와 통화했던 담당자와 만나 해결을 했고, 그 양반 왈, "신문고엔 왜 올립니까!" 그러면서 계속 변명아닌 주절주절 설명을 늘어놓는 거야. 굉장히 고까웠던 모양. 그래도 엄마는 그렇게 해서 어쨌든 해결을 보았다고 생각하니 소득이 전혀 없는건 아니었지? 우리가 후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신고 정신이 약한 탓이라고 봐.

물론 신고 없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너도 이제 사회를 겪어보니 알 수 있겠지.

홍콩이 그렇다잖아. 예전 우리가 갔을 때 홍콩 공익요원들 태도를 잘 생각해 봐. 얼마나 도도하고 거만하고 불친절했는지. 부정부패 척결의 과도기적 표본인 것이지.

그에 관해 오늘 경제 뉴스 중 나온게 있더라. 비리 신고로 11억 포상을 받은, 공기업에 납품하는 회사가 수입신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원가를 부풀렸는데 이를 신고한 모씨 덕으로 공기업의 자산을 2백몇십억 돌려받았고 역대 사상 최대 보상금을 받았다는...권장할 일인 게지.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다만, 오후 늦게까지 새로운 업체에 견적 제출도 하고 동분서주 뛰어다녔더니 머리가 찌끈 거린다. 무엇 하나 확정된 건 없지만 오늘 일의 성과는 좀 기다려 봐야겠지. 네가 걱정한 서면 현장은 아직 투입되지 않았지만 곧 들어갈 거야.

아 그래도 오늘은 좀 보람이 있었구나...하고 뿌듯하게 들어오는데 라디오에서 갑자기 lost start 노래가 나오는거라. 우리가 같이 보았던 비긴어게인...너무 좋더라. 네가 이곡에 대한 설명을 안해줬다면 그냥 넘겼을 팝이었는데 네 브리핑으로 영화를 정말 감동있게 보았지. 그냥 네 생각하며 눈물 흐르면서 들었어...지금도 그 음을 생각하니 좋네. 그 남자 가수가 부른게 -이름을 몰라ㅠ - 좋았어.

 

형아는 아직 정신을 못차린거 같어. 8월부터 엄마 차를 가져가겠다는데,ㅠㅠ 엄마가 몇 번이나 약속한 거라 더 이상 반박을 안했다만 무슨 수로 유지할런지.... 걱정이다. 그런면에선 너와 또 다르니.

참, 마곡사 스님 전화 오셨다. 엄마 블러그를 보고 네 입대 소식에 신경을 많이 써 주셔서 무한 감사.

이제 엄마의 첫 편지를 보았을라나... 편지 전달에 시차가 있으니 지금쯤 보았으리라 믿고 다소 안심이 되는 반면에 너무 감정에 치운친 거라 너의 마음에 혹 또 상처가 되었는지... 걱정말아라 이젠. 엄마도 거뜬하니 며칠 밤잠 못 잔거 오늘은 일찍 쉬련다.

울 준이도 잘자고~~사랑해 ♥♥♥

 

20150722 준아, 금사동 현장서 일찍 마치고 왔어. 오늘 타설할 참이었는데 비가 온대서 내일로 미루었더니 회장님 노발대발. 아침부터 원청 직원들 이하 전 공정 작업자들 현장에서 손만 안들었지 벌서고 -육두문자 듣는 일- 엄마는 뻘쭘히 뒤편에서 딴청ㅎ.. 사실 요즘 날씨가 오락가락하니 종잡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도 가만 생각해보면 회장님 저 난리 피우시는게 작업 공정을 볼 땐 맞는거 같어.

원래 건설 현장은 워낙 변수도 많고 돌관 작업이 따르니 회장님처럼 밀어 부치는게 우리로선 손실을 줄이는 것이지.

엄마가 보는 회장님의 세대는 여러 특질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군사문화 혹은 그 정치에 가장 순치되었던 세대라는 점. 독재 아래서 청년기를 보낸 세대라는 점, 억눌린 인권, 획일주의, 군사정권의 부정부패를 긍정한 세대라는 점에서 자성이 있었어야 함에도 외면했던 세월을 보낸거지. 그런 악습의 세대가 안고 있는 여파로 한탕주의 적당한 완벽주의로 가정의 어른이 되었거나 사회 조직의 오너로 되었으니... 이 세대들의 문제점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던 때에 아파트나 집은 날림이 아닌 것이 없었고 그런 건축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는 아이러니... 그래서 육두문자 난립하고 어거지로 일관하는 기질로 구축한게 아닐까 하는 엄마 생각. 또 삼천포로 빠졌네. 하여간 그래서 우리가 배울점은? 음...그래 근면. 그것밖에 없는 것 같다.ㅋㅋ

 

오늘은 전기 공사 사장 아들이 와서 일하는 걸 보고 네 생각이 더 났어. 그 아이도 얼굴이 희멀건 한 게 키도 너만 해서 에휴~ 울 준이는 20킬로 유로폼도 번쩍번쩍 드는데...그러면서 말이지. 습도는 높아도 여긴 바람이 간간 불기는 하는데 고온다습한 날씨에 그곳 내무반 생활이 어떤지는 모르겠다만, 아침 저녁 목욕하길 좋아하는 네가 얼마나 갑갑할까 싶기도 해. 더구나 비염 알러지 때문에 고생하고 있지나 않는지... 하지만 그런게 모두 훈련의 연장선 상이라 여기고 임하면 군대 생활이 그리 가혹하진 않을 거야.

 

<오늘의 사건> 서면 현장에 회의가 있어 한반장 아저씨랑 참석했다가 끝나서 보니 차가 견인되어 버렸어. 아침에 회장님께 들은 육두문자 그대로 날리면서 찾으러 갔지. 알고 보니 인근 식당에서 신고했더라고. '다신 저 집에서 밥 안 먹어야지' 생각하다 어제 네게 신고 정신이 투철해야 된다는 둥 한 얘기가 떠올라 피식. 사람이 이렇게 간사한 거야.

우리 아들 오늘 훈련은 어땠을까...카페의 이것저것 둘러 보고 싶어도 편지 올리기에만 급급해서 남의 것 볼 엄두가 없네. 사진이나 빨리 봤으면 좋겠다. 다시 말하지만 포토 타임시 카메라 꼴아 봐야 돼! 넌 머리통이 작아서 잘 안 보인다 말이야.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좀 웃어주고. 응?! 마무리 잘하고~ 사랑해^^ 네가 편지 뒷장에 쓴 <사랑해요>를 한 자 한 자를 새겨 먹고 있어...

 

 

20150723 pm7:00 준아, 아흐~~ 이제 들어왔다. 이 시간은 너도 훈련을 마치고 자유 시간? 모쪼록 여가 시간엔 책!을 가까이 하거라.

오늘 결국 타설을 강행하였다. 새벽 부터 천둥 번개에 바람까지 몰고온 빗줄기에 에휴 타설이 또 안되겠구나 하며 아침에 늦게 나갔는데 글쎄 9시쯤 되니 비가 그치는 거야. 아니나다를까 회장님 전화 오셔서 "공글 쳐라!" 말 한마디에 모두 비상. 레미콘, 펌프카, 타설공, 기계 미장까지 수배하느라 혼비백산... 결국 오후 1시 부터 타설해서 지금까지. 오늘 600루배 양을 쳐야 하는데 보통 3분에 1대를 뽑잖아 (대 당 6루배) 그럼 계산해 봐. 언제 끝날지... 렘콘 제대로 배치된다 해도 이빠이 쳐도 7시에 끝나지. 당연 야간으로 가는 거야.ㅠ

그런데 펌프카 한번 더 이동해야 해서 30분 지연. 20대 남겨 두고 엄마는 할 수 없이 철수 했지... 그래서 이제 도착한 거야. 넘 피곤도 하고 신물도 올라오고 머리도 아프고...중간에 소나기가 한번 뿌려서 신경을 넘 썼더니... 완전 그로기 상태야.ㅠㅠ

그래도 네게 편지 띄우고 샤워 후 잘려고.... 네게 미안한 마음의 치환으로 노력하는 엄마의 정성, 알겠지?~~ 

 

요즘은 오후에 퇴근해 들어오면 집안이 온통 물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기분이다. 알다시피 이맘때쯤 우리 동네는 특히 안개에 둘러 싸여 마룻바닥도 쩍쩍 소리 나게 들러붙고 아무리 에어컨 제습기를 털어놓아도 쉽게 마르지 않아 보일러까지 가동하지만 소용이 없어 할 수 없이 베란다에 비닐로 싸두었던 선풍기를 꺼내 청소를 했다. 스탠드, 날개, 보호망을 하나하나 분리해서 욕실에서 닦고 있자니 -주로 너만 사용했었잖아..- 물에 흘러내리는 묵은 때가 마치 너의 잔여물인가 싶어 그것조차 이별이라 생각 드니 원. 

너의 빈 자리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진주에서 떨어져 있을때야 언제든 통화할 수 있고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자유가 있었기에 무덤했지만 군대라는 시간과 공간속의 제제가 마음의 구속으로 죄어듬에 이리 절절할 줄이야. 엄마야 느끼는 감성에 따라 그렇지만 너는 환경의 변화속에서 특히 육체적 정신적 겪어야 할 문제들이니....

 

준아, 형아에게 한달 생활비를 부쳐주면서 네게 편지 띄우라 했는데 등업 신청 후 하면 며칠 걸릴 거야. 그래도 진주에 있을때 형아 덕분으로 잘 지냈으니 균이 형아랑 창용? 형에게도 너가 여유가 되면 소식을 전해야 하지 않겠니? 인과 관계란 그런 것이란다.

모두에게 연이 닿았던 사람에게 한 줄의 안부는 기본~ 알겠지? 우리 아들 워낙 친화력 좋고 다정하니 엄마는 크게 걱정은 안한다만, 도리라는 걸 잘 챙겼으면 하는 바람. 사랑해~

 

20150725  준아. 아침 일찍 현장 갔다가 둘러 보고 그냥 왔다. 국지성 호우가 내리다가 반짝 해가 뜨는가 하면 갑자기 안개에 싸여 실비를 맞기도 해 작업 상황 조건이 너무 안좋아, 어제 많은 양의 타설도 해서 오늘 하루는 양생겸 쉬기로 했어. 계획대로라면 오늘 바라시를 했어야 하는데 -그럼 네 전문인 바라시폼 정리 - 뺀질이 형아가 오늘 저녁 온다고 하던데 낼 얼마큼 정리를 할지는...

너처럼 힘을 불끈불끈 쓰지는 않을 테고 그래도 군대 가기 전보다는 나아졌더라만ㅋ 아마 형도 너 없는 자리가 아쉬울 것이다.

할머니께서 네 생각으로 '진짜 사나이' 애청자가 되셨다. 요즘은 다리가 좀 괜찮아지셨는지 아니 혼자 있는 엄마가 걱정이 되시는지 하루 한 번씩 집에 내려오신다. 네가 할머니께 짧게라도 안부 편지 드리면 그것보다 큰 선물은 없을 거야. 한꺼번에 모든 사람에게 쓰려 하지 말고 자유시간에 틈틈이 하나씩 써 놓았다가 보내는 것도 좋겠지.

 

준아 네게 몇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1. 책을 가까이 두거라:하루 한 장씩이라도 읽도록  2. 병영일기를 쓰도록 하여라:짧아도 좋으니 메모든 어떠한 형태든 한 줄이라도 꼭 남겨 놓도록 3.계획을 세워라: 하루 일주일 한달을...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모른다. 

그동안 휴학계를 낸 후 혼란스러웠고 엄마와의 신경전으로 힘들었던 시간들의 부스러기들... 엄마는 그 시간들에 작은 쪽문을 여는 심정으로 얘기한다. 네가 입대하기 전날까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지만 이제 조직과 규제와 자신과의 싸움으로 만나야 하는 시간들이다.

네가 그곳에서 아마 가장 많이 듣고 새기는 말 중, 조국이니 국가니 단결이니...이제 제일 많이 사용하는 말일 것이며 앞으로 네가 사회에 나와서도 이런 명제에 대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시절이 될 것이다. 

분노도 생길 것이고 동료들과의 친화와 교류, 감동이 함께 할 것이다. 너의 미래에 대한 엄마의 낙관과 친구사귀는 걸 워낙 잘하니 적응에 문제는 없겠지만 다소 우려를 감출 수 없는건 너의 소심함, 여린 감성, 약한 의지력과 끈기... 그래서 말인데 그곳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말고 자신에 대한 성찰의 시간으로 삼기 바란다.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스스로 계획하지 못하면 지극히 수동적이거나 나태한 인간으로 고착될 수 밖에 없는 것이 그곳의 상황일 거야.

엄마가 당부한 말을 습관적으로 지키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조금 더 어른스러워지고, 의젓한 모습이 될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단다. 매화, 수선, 한란 등 추위를 이겨내며 피는 꽃들은 그윽한 향기를 가지고 있지. 편한 계절에 피는 꽃은 겨우 사람의 눈을 끌 뿐이란다.

오늘은 종일 흐리고 안개에 실비가 뿌린다. 담주면 모두들 휴가니 할텐데 네가 없는 휴가는 엄마에겐 무의미. 일에 파묻히련다.

우리 아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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